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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 ⓒ곽혜미 기자
▲ KIA 타이거즈 투수 양현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KIA 타이거즈가 내년 반등을 위한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을 마쳤다.

KIA는 25일 외국인 투수 다니엘 멩덴(27)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42만5000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올 시즌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뛴 멩덴은 메이저리그 통산 60경기에 출장 17승 20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KIA에 따르면 멩덴은 와일드한 투구 폼을 바탕으로 한 시속 140km 중후반대의 패스트볼의 구위가 빼어나다는 평가다. 또한 안정적인 제구로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IA 관계자는 “멩덴은 그 동안 관심 있게 지켜본 선발투수로, 젊은 나이에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받긴 했지만, 내년에는 구속을 회복하며 제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멩덴은 맷 윌리엄스 감독, 애런 브룩스(30)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함께 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KIA는 지난달 19일 브룩스와 연봉 10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 20만 달러 등 총액 120만 달러에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쳤고 멩덴까지 영입하면서 외국인 듀오를 완성했다.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30)와도 재계약했다.

올 시즌은 윌리엄스 감독이 KIA를 파악하는 한 해였다면 내년부터 2년간은 윌리엄스의 KIA가 성적을 내며 팀의 투자에 답해야 할 시즌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한 KIA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바로 국내 에이스 양현종(32)의 해외 진출 여부다.

양현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고 더 늦기 전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양현종은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메이저리그 경영 악화로 이어지면서 현지 상황이 좋지 않다. 현지 FA들도 협상이 더뎌 양현종의 협상 우선 순위는 더 뒤로 밀리고 했다.

KIA는 양현종이 국내 복귀로 마음을 바꿀 경우 바로 에이스와 협상에 임한다는 자세다. 양현종까지 선발 트리오를 구성해 내년 우승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지, 에이스와 아름다운 이별을 한 뒤 외국인 듀오와 국내 선발진으로 로테이션을 구성해야 할지. KIA는 새해가 돼도 양현종의 연락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제보> gyl@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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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이제 프로야구계에 ‘마쓰자카 세대’ 선수는 단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주인공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가 변변한 실전 등판 없이도 현역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한 명 와다 쓰요시(소프트뱅크)는 내년 40살이 되는데도 구단으로부터 2년 계약 제안을 받았다.

와다는 25일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소프트뱅크와 2년 연장 계약에 서명했다. 연봉은 지난 2년보다 5000만엔이 오른 1억 5000만엔(약 16억원)이다. 내년이면 40살이 되는 노장 투수에게 다년 계약과 함께 연봉 인상까지 안겨주는 것은 분명 보기 드문 일.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이유 없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일본 니시니혼스포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미카사 스기히코 단장은 “중요한 왼손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2년간 활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팀에 미치는 (긍정적인)영향도 있다”며 와다의 프로 의식에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와다는 올해 16경기에 나와 8승 1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왼손 선발투수로는 맷 무어(6승 3패 2.63), 카사야 슌스케(4승 4패 2.84)도 있었지만 불혹을 앞둔 와다가 더 많은 승수를 챙겼다. 코칭스태프는 부상 전력이 있는 와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등판 간격을 조정하는 배려를 했다.

미카사 단장은 “와다는 내년이면 40살이지만, 일반적인 프로야구 선수의 커리어를 넘어 구도 기미야스 감독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랫동안 현역 선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도 감독은 1982년 데뷔해 2010년까지 무려 29년을 현역으로 뛰었다. 은퇴할 때 나이는 48살이었다.

니시니혼스포츠는 “와다와 같은 왼손 투수인 야마모토 마사(전 주니치)도 43살 나이에 2년 계약한 전례가 있다. 소프트뱅크는 와다에게 야구 역사에 남을 긴 커리어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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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사진 보기[뉴스엔 박은해 기자]

박나래가 이시언을 장난스럽게 디스했다.

12월 25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하차하는 이시언과 이별 여행에서 편지를 낭독하는 무지개 회원들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나래는 편지를 통해 “나의 입사 동기. 오빠한테 처음으로 편지를 쓰는 거 같아요. 처음 나혼산 편집실에서 오빠를 봤을 때 ‘아 이 사람은 딱 1회분 출연이겠구나’ 했는데 지금까지 왔어요. 가끔 오빠를 보면 동생이면 한번 꿀밤을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울 때도 있지만 고마운 게 더 많아요. 가끔 단체 카톡방에서 ‘얘들아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하면 이 오빠가 갱년기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평생을 함께할 가족 같은 사람이 됐다”고 이시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시언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년 동안 분에 넘치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며 편지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간신히 울음을 멈춘 이시언은 “마지막 인사를 올리려고 합니다. 오늘 여행을 준비하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당신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행운아 이시언이었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 본지 단독 인터뷰
최근 폐막한 전시·작가로서 심경 등 밝혀
“전시작 설치에 여러명 이틀 밤낮 매달려
팔리진 않아도 작가로 새작품 발표 중요”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문준용(38)을 만났다. 무리에 섞여 있지 않은 그를 단독으로 만난 건 두 번째. 3년 반 만이다. 첫 만남은 2017년 6월 초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업실에서였다. 당시는 아버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때다. 그즈음에 문 작가는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단체전을 열고 있었고, 함께 참여한 다른 작가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절대 유쾌한 관심만은 아니었다. 그는 대선 때 불거진 ‘채용특혜’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본지 2017년 6월 5일자 ‘문준용 “대통령 아들? 하루살이 걱정하는 예술가일 뿐”’ 참조).

두 번째 만남은 지난 23일에 있었다. 시간만 흘렀을 뿐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그는 대통령의 아들이란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고,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었으며,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지원금’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니다. 변한 건 분명히 있다. 상황은 더 험악해졌고, 그는 예전보다 지쳐 보였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 그와 관련한 얘기들과는 다른 말을 직접 들으려 한 것이 그에게 만남을 청한 목적이다. 정치인이나 보수여론과 싸우는 투사가 아닌 ‘예술가 문준용’이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인터뷰는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증강현실보다 더 증강현실 같던 인터뷰

23일 오후 2시 30분 소공로 금산갤러리 앞. 문 작가가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를 열고 있는 곳이다. 폐막일인 이날 전시장 안에는 다섯 명 남짓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고, 밖으론 짧게 줄을 선 다른 관람객들이 보였다. 전시장 안 인원 제한에 대기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문제는 전시장을 둘러싼 상황이었다. 시위자들이 갤러리 앞에 모여드는 모습이 포착된 거다. 집회신고를 한 유튜버들이라고 갤러리 담당자가 귀띔했다. 인터뷰 진행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갤러리가 있는 건물주차장에서 만난 문 작가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안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있을 장소’였다. 사실 갈 곳은 딱히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찻집·카페 출입까지 막고 있지 않은가. 순간,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의 이데일리 본사가 가장 ‘만만하다’ 싶었다. 잠시 고민하던 문 작가가 “그러자”고 했다.

20여분 뒤, 그가 하는 증강현실보다 더 증강현실 같던 장면을 연출하곤, 가까스로 본사 한 회의실에 그와 마주앉았다. “당황스럽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의외로 덤덤하게 그는 “늘 있어 온 일이라 이젠 괜찮다”고 했다. “싸움꾼이 다 됐더라”며 우스갯소리를 보탠 뒤 그에겐 가장 쉬울, 그러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질문을 했다. 이번 전시작에 대해서다. 키워드가 뭔가.

“굳이 뽑아내자면 그림자 증강현실이다. 그간 기술적 실험을 많이 했다. 지금은 작품에 활용할 기술이 정리가 됐고 나만의 매체를 개발하는 데까지 왔다.”

이번 개인전에 내놓은 문 작가의 작품은 총 다섯 점이다. ‘어그먼티드 새도우’(Augmented Shadow·증강 그림자·2020) 연작으로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등의 부제가 붙은 미디어아트를 선뵀다. 타이틀 그대로 그림자를 이용해 증강현실을 구현해내는 장치인데, 사물에 빛을 비추면 실제 나타나야 할 그림자 대신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내 보여주는 거다. 관람객이 어느 공간, 방 혹은 가구라 여겨지게끔 만든 프레임 사이에 이리저리 전등빛을 비추면, 그 빛을 따라 그림자뿐인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전부터 그랬듯 문 작가 작품의 핵심은 ‘인터랙션’이다. 관람객이 참여해야, 빛을 움직이든 두 팔을 파닥거리든 동작으로 들어서야 비로소 작동하는 작품이란 거다.

작가 문준용이 지난 23일 폐막한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증강 그림자’ 연작 중 한 점. 어느 공간, 방 혹은 가구라 여겨지게끔 만든 프레임 사이에 앞에 놓인 전등빛을 이리저리 비추면, 그 빛을 따라 그림자뿐인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사진=이영훈 기자).

작가 문준용이 지난 23일 폐막한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증강 그림자’ 연작 중 한 점. 어느 공간, 방 혹은 가구라 여겨지게끔 만든 프레임 사이에 앞에 놓인 전등빛을 이리저리 비추면, 그 빛을 따라 그림자뿐인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사진=이영훈 기자).
“10여년 전 첫 작품도 그림자 증강현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이다. 최근 고급센서를 개발해 작품에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실험성이 너무 강해 다양한 내용을 만들기 힘들었다. 지금은 안정화가 됐다.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시물레이션 인공환경을 내보이는 증강현실. 흔한 용어가 됐지만 일반인이 두로 접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 컴퓨터·모바일게임 정도라고 할까. 이를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케이스는 흔치 않다. 그만큼 독보적이다.

“아직 구현에 한계가 있다. 최대 10m까지만 센서가 작동하는 거다. 최근 가로세로 10m까지 작동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 센서가 미치는 공간 안에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숨은 사람, 숨어 있던 그림자와 마주치게 하는 작품이었다.”

지난 10월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에 내놨던 작품 ‘그림자 놀이’(2020)를 말하는 거다. 문 작가는 이 기술로 특허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작 중 그 대작을 테이블 위로 축소한 작품이 나왔다. 유독 문 작가는 작품에 ‘그림자’를 많이 등장시킨다. ‘확장된 그림자’(2010), ‘비행’(2017), ‘그림자 놀이’(2020) 등등. 이유가 있을까.

“어릴 때 장난삼아 뭘 만들다가 우연찮게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매체를 개발하고 내용을 붙이고. 힘은 드는데 가능성이 많더라. 일단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니 계속하게 되더라. 벌써 11년째다. 그림자라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마술 같기도 하고, 뭔가 영적인 게 들어 있기도 하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라고 했으니. 시적이고 또 서정적이기도 하다. 작품에 그런 서사적 요소를 구현해보려 했다.”

△“개인전, 작가로서 마땅히 해야 했다”

사실 미디어아트 작품이 ‘개인전’으로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단 문 작가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이유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다. 장치에 들인 막대한 비용과 시간 등, 투자에 비해 사겠다고 나서는 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아니, ‘제로’에 가깝다고 해두자. 그런 개인전을 문 작가는 왜 굳이 하겠다고 나섰던 건가.

“새 작품을 발표하는 게 중요했다, 작가로서. 현장에서 팔리지 않을 거란 건 잘 안다. 그래도 포트폴리오는 남지 않겠나.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작가’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마땅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좋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금산갤러리였는데. 구설에 오를 게 자명하지 않았나. 사실 그랬다. 금산갤러리를 운영하는 황달성(67)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산 남항초등학교 동창. 8년 만에 연 문 작가의 개인전 소식이 알려지며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구설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겪어낸 일이기도 하고. 그 부분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미디어작가의 개인전은 거의 없고, 또 힘들게 전시를 한다고 해도 팔리지를 않으니 다른 갤러리에 선뜻 제안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 전시작을 설치하는 데도 여러 명이 이틀 밤낮을 꼬박 매달렸다. 그 일에 금산갤러리가 선뜻 나서준 거다.”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작가 문준용을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이데일리 본사와 금산갤러리로 장소를 옮겨가며 2시간 반여 동안 진행했다. 문 작가는 “작가로서 새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이번 개인전은 중요했다”고 말했다(사진=이영훈 기자).
차라리 해외전을 공략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올해라면 코로나 탓에 그조차 쉽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이러저러한 사정에 매이지 않고 작가로 인정받기는 훨씬 ‘속편했을’ 거다. 문 작가에게 해외전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원닷제로(2010), 미국 뉴욕의 뉴욕현대미술관(2011),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2014), 프랑스 낭트의 스테레오뤽(2015),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2019) 등에 두루 출품해 평단과 관람객의 호평을 받았더랬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에선 그의 졸업작품을 뉴미디어 기획전 ‘토크 투 미’에 내놨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선 이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스타츠상에 노미네이트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미디어아티스트’로만 소개된 ‘작가 문준용’의 이력을 확실하게 내보일 수 있는 지점인 거다.

“장단점이 있더라. 해외에서 전시를 하면 오로지 작품만으로 승부를 걸면 된다. 하지만 보통 한 번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 그 나라에서 팔아줄 수 있는 갤러리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미디어아트 작품을 사줄 사람과도 연결이 돼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가 않았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토요판] 은유의 연결
첫 에세이집 낸 MBC 임현주 아나운서
금기 깬 ‘안경 아나운서’로 눈길
외모가 우선순위 아니라면서도
몸치장 중시해온 관행과 작별
‘덜 꾸밀 용기’ 대표적 인물로

임현주 아나운서가 12월9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아나운서로서 자신이 시도한 변화와 그를 통해 스스로를 곧추세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임현주 아나운서가 12월9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아나운서로서 자신이 시도한 변화와 그를 통해 스스로를 곧추세울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임현주(35) 아나운서.

2018년 4월12일, 당시 <문화방송>(MBC) ‘뉴스투데이’ 진행자 임현주 아나운서는 국내 매체는 물론 외신에까지 이름이 났다. 여성 앵커의 ‘안경’은 10년차 아나운서의 자기 발언이자 방송계 성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언어’로 발신됐다. 어떻게 안경을 쓰게 됐냐는 세상의 물음은 외려 그를 각성시켰다. ‘하면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아홉살부터 키워온 아나운서의 꿈이었다. 단 한번도 아나운서의 경쟁력 1위가 외모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면서도 몸치장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모순된 생활과 그는 비로소 작별했다. 딱 붙는 원피스 대신 편한 재킷을 입었다. 덜 꾸밀 용기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름다움에 대해 사유하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며 생각의 기둥을 쌓아갔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거점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면 안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최근엔 에세이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펴냈다. 선택받길 기다리는 직업에서 선택해나가는 작업으로, 존재의 방향을 튼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문화방송> ‘생방송 오늘 아침’ 진행을 마친 임현주 아나운서를 12월9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만났다. 아침 방송을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새벽 출근을 하는 그이지만 특유의 활기를 뿌리며 저자로서 첫 인터뷰의 설렘을 드러냈다.

큰 좌절에서 낸 용기 ‘다 필요 없고 나답게’

―아나운서는 하루 여덟시간 노동이 어떻게 지켜지는 거예요?

“굉장히 자율적이에요. 출퇴근도 자기 방송시간 기준으로. 저 같은 경우에는 아침 일찍 출근하니까 일찍 퇴근해요. 나머지 시간은 저를 채우는 시간으로 써요. 퇴근하고 나서 3시쯤 낮잠을 좀 자고 저녁에 다시 제2의 하루가 시작돼요.”

―시간을 쪼개서 글을 썼겠네요. 언제 출간 제안을 받았나요?

“안경이 이슈가 됐을 때 제안이 몇군데 왔었어요. 아직까지는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지가 않고 안경 이슈에만 너무 집중이 되니까 거절했죠. 작년에 근속 5년 휴가를 받아서 한달간 여행을 했어요. 밤마다 글을 조금씩 썼는데 재밌더라고요. 올해 3월에 제안이 왔을 때 한다고 했어요.”

책 발간하면서 주체적 삶 강조독자에게 편견 안 주려 사진도 빼‘외모 일상평가, 여성 힘 무력화’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 인상적

―인터넷에 ‘임현주’를 검색하면 아직도 안경 사건이 대부분 언급돼요. 어떠세요?

“기사 타이틀에 ‘안경 아나운서’라고 하면 항상 조금 부끄럽기도 해요. 이게 뭐라고, 계속 우려먹는다고 느낄 것 같은 거예요. 그게 나지만 나의 모든 것처럼 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또 그게 저를 설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 떼려야 뗄 수 없겠죠.”

―그게 방송의 오랜 암묵적 합의를 깬 거니까 쉬운 일은 아니죠. 용기와 힘의 원천이 무엇이었을까요?

“아주 깊은 좌절에서 온 거 같아요. 전엔 누가 나를 칭찬하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했어요. 남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죠. 내가 이 직업을 통해서 얻고 싶었던 게 뭘까 돌이켜보니, ‘신뢰 있는 앵커’라고 말했지만 그 안의 가장 큰 뿌리에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그래서 오히려 뭔가를 해볼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네네 하고 알아서 눈치껏 따랐죠. 그랬다가 어느 시기에는 뉴스를 그만두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너무 불행한 거예요. 난 끝났나? 준비한 시간이 이렇게 길었는데, 내가 방송한 시간이 그에 비해 너무 짧고 허망한 거예요. 그때부터 오히려 진짜 끝이 아니라 정말 시작으로, 다 필요 없고 재미있게 나답게 해보자, 해서 능동적으로 많이 변했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는 맡은 방송이 없으면 출근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음, 아나운서는 정말 직장인이에요. 출퇴근하면서 방송에 보이는 것 외의 일들을 하죠. 매시 정각에 라디오 뉴스도 하고, 또 우리말 연구회도 있고 팀별로 하는 일이 있어요. 평소에 자기를 채우는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져야 하고요.”

―그 기간이 어느 정도 됐어요?

“한 1년 반쯤. 근데 간간이 방송을 해도 주체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계속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요. 아나운서의 메인 꿈은 방송을 하는 거잖아요. 자기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이 너무나 큰 사람인데 아무것도 못 하니까 깊은 패배감과 자괴감 같은 걸 느껴요. 오히려 제 아래 후배들에게 기회가 가고, 2년간 뉴스를 진행했지만 그게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진짜 자존감이 너무 낮아졌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할 땐 기다림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정보가 없었나요?

“몰랐어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누구나 이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존감이 있고, 나는 입사하면 당연히 내가 (롤모델이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죠.”

임현주 아나운서가 인터뷰 중 웃어 보이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임현주 아나운서가 인터뷰 중 웃어 보이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나는 관상용 화초가 아니다

임현주는 2010년 부산·경남 지역 민영방송 <케이엔엔>(KNN)에서 아나운서를 시작했다. KBC 광주방송, <제이티비시>(JTBC)를 거쳐 2013년 <문화방송>에 입사했다. 여러 프로그램을 맡고 방송 경력이 쌓여갈수록 여성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이라는 말이 단지 수사가 아님을 실감했다. 매스컴에서는 ‘여신 아나운서’, ‘베이글 아나운서’로 불리며 소비됐다. “그동안 드넓은 초원에서 여자 남자 구분 없이 똑같이 경쟁하고 협력하며 뛰다가 갑자기 관상용 화초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방송을 하고 있어도 언제 이 프로그램을 그만둘지 몰랐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분위기를 바꿔보자 그러면 먼저 진행자를 교체했다. ‘꽃’은 다른 ‘꽃’으로 쉽게 대체됐다. 불안정한 근무 조건은 불안감으로 번졌다.홀짝게임

―중후한 남성과 젊고 예쁜 여성이 뉴스의 공식처럼 된 상황에서, 여성 아나운서에게 일찍 뉴스 진행의 기회가 오는 게 안 좋네요?

“맞아요. 구조적인 문제인데, 여자 앵커는 보통 20대에 기회가 오니까 성숙도가 쌓일 수 없는 거예요. 내가 뉴스 멘트를 바꿀 수 있을까 자신이 없고, 뉴스는 정확해야 하는데 틀리면 어떡하나 위축되죠. 그런 구조가 너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왔어요. 이걸로 고민을 안 해본 여자 아나운서가 없을 거예요. 되게 아이러니해요. 외적 조건을 쌓지 않으면 나에게 방송 기회가 안 오고, 방송을 못 하면 내공도 안 생기는 거죠.”

2017년 12월26일 <문화방송> ‘뉴스투데이’ 진행을 맡게 됐다. 이전에 제대로 못 해보고 그만두었던 아픈 프로그램이었다. 다시 기회가 온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자유롭게 해보자,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언제 그만두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그는 방송에 임했다. 그즈음 평창겨울올림픽 때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 선수가 ‘안경 선배’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업종 불문하고 일하는 젊은 여성에게 안경은 금기라는 비판의 말들이 하필 그의 귀에 착 붙었다. 그러고 보니 뉴스 진행자도 안경 쓴 여성 선배가 없었다. 그는 아침 6시 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새벽 2시40분에 일어나서 메이크업을 하고 준비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고 눈이 늘 피곤했다. 그렇다면 ‘나부터 안경을 써볼까’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날 이후 삶에서 제일 달라진 게 뭐예요?

“2년 반쯤 흘렀네요. 그날의 작은 시도가 이제 저를 자유롭게 만들었어요. 몸도 생각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저의 모든 행동에 따라붙어요.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없는 것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고정관념을 스스로 많이 안 가지려고 노력을 해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어요?

“이 나이 때는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가 있어야 하고, 이 연차면 이런 역할을 더 해야 하고. 제가 관심을 갖다 보니까 그런 사람이 많이 보여요. 그게 너무 큰 변화예요. 신기할 만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어요. 물론, 나를 잘 아는 줄 알았는데 나를 잘 모르나 해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요.”

―어떤 말이 상처가 되었나요?

“진짜 별거 아닌데요. ‘너 페미니즘이야? 페미 하니?’(웃음) 유튜브 할 때 제가 분홍가발 썼더니 ‘튀고 싶어 한다’, ‘이상한 거 아니냐’는 시선들도 있고요.”

―너 페미니스트야, 라고 물으면 뭐라고 해요?

“처음에는 어? 이 질문의 의도가 뭐야? 기분이 묘하게 나쁘면서 저도 어버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왜 물어봤어? 페미니즘은 누구나 알면 좋은 건데, 많은 오해가 있어요. 무조건 꼬투리 잡는다, 무조건 남자를 싫어한다, 쟤는 대화하기 힘들 거야. 근데 아니잖아요.”

―페미니즘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뭐가 좋아졌어요?

“어떤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 거죠.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각자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죠. 넌 여자니까, 난 남자니까 이런 게 아니라 난 이런 성향이니까, 넌 이런 사람이니까 이렇게 살자, 이런 대화가 가능한 거죠.”

―얼굴이 공개된 여성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는 불편함 같은 것이 있는데, 어떻게 견디세요?

“진짜 견디는 거예요.(웃음)”

―어떻게 견뎌요?

“대개는 응원과 악플이 같이 오는데 응원의 목소리가 줄어들 때가 있고 그러면 악플이 더 눈에 띄는 때가 있어요.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죠. 그럴 때 외롭더라고요. 근데 결국 내가 뭔가 하는 건 날 위해서다, 그게 맞더라고요. 세상에 뭔가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날 위해서 하는 거죠. 날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그걸로 저를 지켜요.”

임현주 아나운서가 문화방송 사옥 복도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임현주 아나운서가 문화방송 사옥 복도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노브라 챌린지, 튀기보다 용기 주고 싶어

임현주는 2020년 2월13일 <문화방송> 시사교양물 ‘시리즈엠(M)’에서 ‘노 브래지어 챌린지’에 참여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관종이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튀어 보이기보단 용기를 주고 싶었다며, 누군가 변화를 찾는 계기가 됐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원하는 것들을 하고,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서 그는 지금의 나에 충실하게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에서 지금부터 행복하자며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어요. ‘외모에 대한 일상의 평가들이 여성이 가진 진짜 힘을 무력화시킨다’는 메시지를 임현주 아나운서의 삶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감동이었어요. 그런데 ‘두드리면 길은 열린다’, ‘세상에,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개인의 브랜드가 중요해진 시대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능력주의 담론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글의 톤을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뭐라고 인생은 이런 것이다, 이런 말 못 해요. 나도 그렇게 못 사는 사람이고. 결국에 제가 찾은 길은 진짜 솔직하게 쓰자, 느낀 감정, 있었던 일들. 결국 개인이 바뀌어야 하지만 그게 또 다는 아니에요. 지향은 당연히 구조의 변화고. 근데 이 구조가 변하기 위해서 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져야죠. 구조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도 저는 좀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 속의 불편함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이 사회가 바뀌잖아요.”

“고정관념 많이 안 가지려 노력”‘노브라 챌린지’는 용기 전파 시도“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세상에, 그냥 하면 되는 거였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학벌과 외모 자원이 있고, 지상파 방송국 정규직이세요. 이런 조건이 객관적으로는 유리한 출발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으세요?

“안 믿을 수도 있지만 저는 진짜 제 학교 생각을 별로 안 하고 살아서 그게 나의 걸림돌이라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아요.”

―걸림돌이 아니라 자원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저는 걸림돌이라고도 생각해요. 자원이라고 느낄 새가 없죠. 방송국에서 제가 그 학벌을 가졌다고 좋은 기회가 오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학자로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외모로 뜨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건 글을 쓰는 건데 저는 완전히 햇병아리라서 오히려 작가님들이 부러워요. 유튜브도 크리에이터들은 어떻게 저렇게 톡톡 튀게 하는지 부럽고…. 제겐 밝은 에너지가 장점인데 이것도 저는 조금 더 분위기 있고 싶어요. 누군가 저를 볼 때 그래도 이 사람은 많은 걸 가졌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제가 항상 제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편견이었네요.

“오히려 아나운서가 책을 쓴다고 했을 때에도 편견이 있잖아요. 아나운서가 쓴 글은 뻔하겠지. 재미없을 거야.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했겠어. 이런 것들도 제가 없애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책에도 표지에 아나운서 사진을 안 넣었어요. 저는 너무 싫어서 무조건 빼달라고. 그것부터 편견을 주는 거니까.”

일터에서 대체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행동을 촉발하는 마법의 화두 같아요. 요즘 이런 질문 하는 거 있으세요?

“비혼출산.(웃음)”

―아, 사유리씨 경우처럼요?

“우리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이런 게 점점 퍼져나가서 우리가 목소리를 같이 내는 거죠. 동시에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고 갈등도 심해지는데, 그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항상 안타까워요.”

―서로에게 용기가 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죠. ‘나는 대체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나운서 직업에만 해당되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런 불안을 느끼는 다른 동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파워볼

“어려운 문제네요. 대체되지 않으려면 나만의 특별함이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늘 내가 안전한 길을 갔구나, 그런데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두루뭉술하게 유명해지고 싶고,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 화려한 이미지만 생각했지, 그걸 통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게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생각을 안 해봤다는 걸 나중에 느꼈어요. 살면서 어떤 의문이 든다면 안전한 길에서 조금 벗어나도 괜찮다, 안전하고 뭐고를 다 떠나서 일단 저질러봐, 너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근데 그게 모든 직업에 통용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프리랜서 하실 거예요?

“(웃음) 저는 꿈꾸고 있죠. 지금도 반은 프리랜서라는 마음으로 살아요.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기대가 돼요.”

1915년 샬럿 퍼킨스 길먼은 <여성의 옷>에서 “옷은 사회적 휘장이고, 일종의 사회적 피부다”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여성들은 의복에서 남녀 구분을 없애가면서 일터나 카페 같은 남성의 공간으로 진출해 들어갔다. 2018년 한국의 지상파 뉴스에서 ‘여성 앵커의 안경’이 화제가 된 것은 변화의 물줄기가 일상으로 스며든 것이다. 방송에서 관상용 화초로 고정되길 거부하고 폭넓은 활동성을 확보한 그는 56만 팔로어를 둔 인스타그램에 얼마 전에도 이런 멘션을 남겼다. ‘하고 싶은 것 진짜진짜 많음.’ 녹취 홍혜원

임현주를 만든 시간들

2015년

혼자 여행을 시작하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했지만 방송국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혼자 여행을 시작했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며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2018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의문을 갖고 뉴스에서 안경을 끼게 되었다. 이후 방송에서 역할과 외적인 모습에 대해 더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2018년

크리에이터가 되다. 브랜드 확장의 시작. 답답하게 느껴졌던 틀을 깨고자 유튜브를 개설하고 다소 파격적인 분홍머리로 첫 영상 공개. 원하면 가볍게 시작해보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2020년

여성, 약자의 이슈에 눈을 뜨다. 생애 첫 악플도 경험. 젠더, 약자, 동물권 등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멋진 동료들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사진은 ‘노브라 챌린지’를 하던 날 찍은 것.

2020년

글을 쓰다. 첫 책 출간. 듣는 사람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쓰는 사람으로의 확장.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무너지지 않을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은유: 글 쓰는 사람. 글쓰기 수업도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펴냈다. 2005년부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인터뷰를 해왔다. 성폭력 피해 여성, 국가폭력 피해자, 성소수자, 산재 노동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사람을 살게 하는 말을 모으고 나누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 ‘은유의 연결’은 4주에 한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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